내가 언제부터 식재료를 까다롭게 골랐더라.
곰곰 생각해보니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
농사짓는 할머니 덕분에 쌀을 직접 사본 적 없고, 매년 직접 기른 배추와 고추로 가족들이 함께하는 김장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자취할 때에도 덜 먹더라도 국내산 재료를 샀었고, 수입 과일은 잘 먹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미국산 소고기는 두말할 것도 없이) 또 회사에 다니면서 그 기준은 더 세분되고, 다양한 상품군에 적용되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농사펀드의 기준이 저의 식생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자연 재배나 유기농 식단까지는 어렵더라도, 유기농 마트에서 장을 봅니다. 그리고 가끔 시골에서 보내주신 제철 재료를 먹고, 산지에 방문해서 농부님께서 주신 식재료를 이용합니다. 덕분에 엥겔지수는 높아졌지만, 그만큼 같은 메뉴를 식당에서 사 먹는 횟수는 줄어들었습니다.
나름의 기준대로 지켜오던 소신이 얼마 전 아이의 어린이집 첫 등원을 앞두고 흔들렸습니다. 꽉 채운 16개월, 시댁과 직장, 집이 가까워 감사하게도 육아휴직 끝난 이후부터 약 6개월을 시댁에서 육아를 맡아주셨어요. 어린이집 대기가 겨우 풀려 한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왔고, 더 미루기 힘들어 보내기로 하고 어린이집을 다녀왔습니다.
환경이나 선생님도 고려할 요소였지만, 저에겐 식단과 식재료가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소고기 원산지 미국, 호주산. 두부 중국산. 여기서 어린이집을 보내지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이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유난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안전한 먹거리를 다루는 것은 저의 ‘업’일 뿐만 아니라, 저의 ‘생활’이기도 합니다. 절대로 타협하고 싶지 않은 것이 나와 내 가족이 먹는 ‘먹거리’입니다. 세상에 완전무결한 식품은 없겠지만, 그래도 더 나은 먹거리를 찾습니다.
2018년 8월 30일
적당히 타협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주영 에디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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